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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클리브잭] 즉흥살인마 잭과 히트맨 클리브. 싸패x쏘패x싸패? 고어표현 많아요 주의! -썰백업 10/30/16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이 클리브의 머릿속을 어지럽혔겠지. 그러니까 이건... 보통,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이라던가 그런 감정을 느낄때 주는 메세지가 아니었던가?
누군가를 사랑해본적은 없는 크리브였지만 주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행동들은 책이나 드라마에서 접했던 것들이니까. 아무리봐도 고백과 비슷한 행동에 어이가 없을 수 밖에 없었어. 코를 간지럽히는 장미향이 그 의심을 더할 뿐이었지.
지금, 이 연쇄살인마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더 알고싶다고 그런 말을 한거야?
일단 밖에서 난데없이 때에 어울리지 않는 선물상자에, 그 안에 심장이 있는 모습을 보면 이웃사람들이 뭐라할까. 성급히 방안에 다시 들어와 선물상자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관찰을 했지.
절대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다른 심장일까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굴려보고, 만져보고. 날카로운 칼날... 아마도 의학에 쓰는 메스로 남겨진 칼날은 평소의 그 잭 더 리퍼가 하는 것과는 달리 섬세함과 정성이 담겨진 글귀였어.
아주 오랜 시간을 걸쳐 러브레터를 쓰는 사람처럼.
원래라면 자신에게 의뢰를 건내주는 사람에게 한소리를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잭 더 리퍼가 개입한 탓인지 그 사람들도 그 여성을 클리브가 죽였다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
그들에게 사실 내가 그랬어! 라고 외쳐봤자 대체 누가 믿어줄까.
답답함에 가슴을 치고싶은데도, 울며 겨자먹기처럼 다음 의뢰를 받고 이번 타겟에 대한 정보를 얻었지.
이번에는 한 조폭이었어. 상점가에서 횡포를 너무 많이 한 탓에 원한을 상당히 쌓았던 모양이야. 저번보단 어렵겠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겠군
저답지 않게 농도 건내지않고, 아무말없이 의뢰를 받는 것에 정보를 건내주던 사람도 의아해하는 듯 했지.
아, 제가 지금 열렬한 고백을 받고 있어서요.
뒤늦게 그렇게 말하자,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모습에 쓴웃음을 같이 흘려댔어.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길을 나서서 이번에는 그 조폭이 있다는 아지트로 걸어갔어. 당연하게도 타겟은 한명이니까 전부를 치지는 않겠지만 그 남자가 집으로 가던가 사창가를 가던가, 홀로 떨어질 때가 있겠지. 벽에 기댄체로 담배를 태우며 맑은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어가는걸 바라봤어
그렇게 파란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들고, 검은색으로 얼룩지기 시작할때도 그 남자는 나오지 않았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쥐죽은듯이 조용한데. 미간을 찌푸리면서 골목을 도는데 순간 심장이 차갑게 식는 느낌을 받았어. 쥐죽은 듯이 조용해?
임무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버린채로, 문을 뜯어내듯이 열었지. 자신의 예상이 맞았듯이, 조폭들이 여려명 있었을 그 곳은 잔학하게 난도질 당하고 죽은 시체들만이 가득했어.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피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등을 돌린채로 서 있었지
"잭 더 리퍼."
안그래도 차갑게 식었던 심장이, 점점 더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었지. 진정한 분노는 차가울 때가 최고라는 듯이, 그를 향한 분노만이 남은채로 중얼거리자 그가 돌아봤어.
흉인지 피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을 얼굴에 묻힌채로, 그가 자신을 바라보았지. 그거라면 별 상관이 없었겠지만, 그의 눈빛에 주춤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 한번도 보지못했던 그런 눈빛... 숨이 막힐정도로 사랑만이 가득한 그런 눈빛이었으니까.
"안녕."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지.
아주 조금은 소름이 끼치는 듯 했어. 분명 그는 그곳에 없었는데, 자신이 그 여성을 죽일때와 똑같은 대사를 읊는거 같았거든. 아니지, 아니야. 드디어 정신이 이상해졌구나 클리브. 망상이 드디어 하늘을 뜷는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지.
"정말 대단하게도 망가트려줬는데."
"마음에 들어?"
그럴리가. 단호하게 말을 자르면서 피로 얼룩진 바닥에 발자국이 남지않도록 걸었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은 싫었지만 그걸 떠나서 이번에 산 신발이 퍽 마음에 드는 메이커였거든.
"이번 내 의뢰였는데 말이지."
"오, 알고있어. 당연히 알고있지. 클리비."
클리비.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칭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 자, 이제 저 연쇄살인범씨는 자신의 이름도 알고있고, 자신의 의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아주 끔찍한 사랑고백이야. 정말이지 끔찍해. 대체 무슨 전생에 무슨 업을 저질렀길래 이런 녀석이 나한테 붙은걸까. 아니, 지금껏 죽여버린 사람들의 원한이라도 산걸까. 천장을 바라보며 몇번째일지 모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지.
"네가 죽이면 내가 받을 돈도 적어지는 건 알고있는걸까?"
그는 고개를 갸웃했어.
"예상은 했지만... 정말이라니 기쁜걸."
전언철회. 그는 사랑고백 뿐만이 아니라 사람속을 긁어대는 것에 천재인 모양이었나봐. 단순한 즉흥 살인마가 아니었던건가.
"미안하지만, 뭘 하고싶은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미친놈을 상대하는 느낌에 편두통이 생기는 걸 뱉어내듯이 말했지.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활짝 죽였어.
"널 죽이고 싶어." 널 사랑하고 싶어. 그렇게 들렸어.
기가차고 어이가 없었지. 이 남자에게는 사랑이란 죽인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인걸까. 허, 하고 헛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어. 미친놈이랑 대화를 시도하려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게 당연했는데, 대체 뭘 기대한걸까. 더 이상 대화를 나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돌렸지.
"미안하지만 그 쪽한테 죽을 생각도 없고, 그 쪽을 죽일 생각도 없는데?"
시간낭비에다가 체력낭비였거든. 그를 죽인다고 돈을 얻는것도 아니고, 이 남자 때문에 앞으로도 돈이 반으로 깎일수는 있지만 그래도 잭 더 리퍼가 활개친다는 소식은 경찰들에게 연막탄으로 쓰이는 좋은 먹잇감이었거든.
이득만큼 놓치는 것도 많았지만, 서로 진심을 다해 서로를 죽이려고 한다면 한쪽은- 혹은 둘 다 죽을수도 있는데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
"뭐 됐고. 앞으로는 만나지 맙시다 잭 더 리퍼 씨." 그렇게 말을 하며 방에서 나가려고 했지. 피비린내가 몸에 찌들으려고 하는 느낌에 속이 메스꺼워지고 있었거든.
"1억."
그런 그의 발걸음을, 한 단어가 멈췄어.
"뭐-"
"2억?"
"잠깐."
"아니, 5억... 그 정도면 되려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자, 그는 미끼를 물은 생선을 보는 듯한 사람의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의뢰야. 모든 힘을 써서, 네 손으로 날 죽여봐. 그러면 네 통장에 5억이 들어갈거야."
......자신의 상상 이상으로, 잭 더 리퍼는 미친놈이었어.
대체 그만한 돈은 어디서 모은거야? 경악이 설릴만한도 한데, 더 추궁을 하기도 전에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지. 아마도 피비린내가 퍼져나가는 것에 이웃사람이 신고라도 넣은걸까.
"기다리고 있을께."
또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듯한 설레이는 마음을 가진 연인처럼, 그렇게 속삭이고는 그는 그대로 자신을 지나쳐서 밖으로 나갔어.
사이렌 소리가 더 커지기 전에 자신도 마찬가지로 황급히 나와 집으로 향했지. 두근거리는 심장에 어울리듯, 집에 있는 것은 아침에 두고나간 여성의 심장.
"가격은 5억이고?"
"그래, 어떻게-"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한 손을 올려 말을 멈추게 하곤 성대하게 한숨을 쉬었지. 정말정말로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싶지는 않았는데.
"정보는"
"내가 주도록하지."
잭이 먼저 나섰어.
미친놈, 정신나간놈. 속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종이 꾸러미를 받는 것 대신 그는 입을 열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했지.
"잭 더 리퍼. 네겐 그냥 잭이라고 불려도 좋다. 좋아하는 건 살인. 취미는 살인. 특기도 살인."
아,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노리는 사람은... 그냥 거슬리는 사람일까? 아, 최근에는 좀 바꿀지도 모르겠군. 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죽일지도."
"우리집 앞의 슈퍼마켓 사장님은 봐줬으면 하는데."
담배를 할인해주거든, 하고 딴지를걸자 그는 정말 재밌다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이 웃었지. 그래, 그러면 그 사람은 보류할까? 널 위해서 클리비. 하하, 하고 힘없이 한숨반 웃음반을 흘리는 자신에게 잭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지. 자신이 좋아하는것, 싫어하는 것. 음식. 색깔.
난 내가 산것만을 먹어, 독살은 시도하지마.
자신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이미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죽이는 것을 선호하는지 말하는 그 모습에 질릴 정도였지. 이렇게 언질을 해놓는 모습은 죽을 사람이 아니라 먼저 덫을 뿌리는 사냥꾼 같았거든.
대충 머릿속에 그의 정보들 -그리고 대부분은 의뢰에는 의미없는 하찮은 정보까지 다 기억해두고 정리해두다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지.
"네가 사는 곳은?"
"벌써부터 동거 계획인가? 대담한걸."
아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울렸어.
그는 웃고는 고개를 저었지. "그거까지 말해주면 재미없잖아? 있는 힘껏 찾아봐, 클리비."
혹시 모르잖아, 내가 널 위해 이번에는 어떤 서프라이즈를 준비해놨을지. 전혀 알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간략하다고 말하면 간략한 정보교환이 끝났어.
이제는 서로를 죽이는 게임만이 남았을 뿐.
"행운을 빌께."
"네게나 그 행운이 있어야할걸."
난 타겟은 놓치지 않는편이야. 쏘아붙이듯이 말했지만 그는 더 기뻐하는 듯 했지. "기대할께." 라는 말만을 남긴채로 그는 사라졌어.
의뢰는 겹치면 안되는 것이 중요하니까. 잭을 죽이기 전까지는 다른 의뢰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 그야말로 야단이 난 상황이었어. 그를 죽이면 돈이야 얻겠지만, 만약 이 의뢰가 시간을 끌 수록 불리한 건 클리브였으니까.
담배라던가 식사도 돈을 아껴야하는걸까. 머리를 북북긁으면서 집에 돌아와 돌아온 정보들을 다시 정리하듯 수첩에 적기 시작했지. 최근 노리기 시작한 타겟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펜의 끝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고민했지.
그래, 어쩔 수 없구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오는 답이 하나 밖에 없는 것에 묵념을 했지. 주변, 그리고 이웃사람들. 신세좀 질께. 기도는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잔인하게 난도질 당할 사람들을 향한 그들이 약간은 안쓰러움에, 그리고 이미 그들을 잭을 유인할 미끼로 쓸 것에 사과를 속으로 했지. 물론 그 사과는 비어있었고, 전혀 그들을 향한 사죄나 미안함 따위는 클리브에게 존재하지 않았지만.
잭은 처음에 상당히 먼 곳에서 시작했어. 자신과는 연이 없었을거라 생각했던, 딱 한번만 들렀던 담배가게 아저씨. 자신도 그곳에 간걸 잊고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안거야. 어안이 벙벙한걸 참으며 첫번째는 놓친것을 아쉬워했지.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곳에서 시작한다면 대충 다음 타겟이 그 근처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는 것. 주변의 거리를 돌아보며, 기억을 더듬다 한 남자가 떠올랐어. 그러고보면 고등학교 동창이 하나 있었지. 지금은 뭘 하더라? 심리상담?
어릴 적부터 혼자 있기를 선호했지만 그런 자신에게 붙어있던 남자였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한 것에 턱을 괴고 생각했지.
데이빗...아니야, 덱스터? 아니, 아니지. 그래, 대니. 대니란 이름이었어. 정신과 의사는 만나기 싫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음 타겟이 그일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일단 발걸음을 옮겼지. 예상 외로 조그마한 개인실을 꾸리고 있던 방의 문을 노크하며, 클리브는 들어갔어.
"설마, 클리브?"
"이럴수가. 기억할 줄은 몰랐는데."
이러면 죽게 놔두는 거에 뒷맛이 쓰잖아. 죽으면서 유언으로 이름이 불리는건 기분이 나쁘거든.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표정만은 넉살좋은 미소와 함께 악수를 했지.
"어쩌다가 들르게 된건데, 정말 이쪽으로 직업을 얻을줄이야."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지. 그러게, 정말 운이 좋았어. 너랑 고등학교 때 했던 대화가 도움이 되었었나봐. 그의 말에 잠시 헛웃음을 지었지. 내가 그렇게 특이한 학생이었던가?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네가 이런 곳에 다 들르고."
그 말에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생각이 현실로 돌아왔지. 아, 그렇네. 온 이유가 따로 있었지.
"아, 뭐 좀... 확인할께 있어서." 대니의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면서 봤어.
잭이 마치 귀신처럼 어딘가에서 나타나서 놀래킬 것 같다는 마음마저 들었거든. 그도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했으니 둘이 함께 있다면 자신을 노릴까? 아니면 먼저 대니를 죽이고 자신을 노리는걸까. 후자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안절부절하는 자신을 그는 의아한 모습으로 바라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물었지.
"무슨 문제라도?"
"아- 조금 신경쓰이는게 있어서."
"혹시 연애상담?"
이번에는 천하의 클리브라도 말을 잃고 허둥지둥 댈 수밖에 없었지. 아니 그건 대체 어디서 나온 허무맹랑한 말인거야.
"신경쓰이긴하지만,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건 아닐걸."
"그런가? 아쉬운데, 너한테서 사랑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건 논문으로도 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농담같지 않은 농담에 기가 차는 기분이었지. 잭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죽인다고 선언까지 했으면서 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거야? 더 대화를 나누다보면 안그래도 복잡한 뇌가 한껏 더 엉킬거 같은 느낌에 몸을 일으켰지.